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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이 남긴 60년의 지뢰

펀치볼은 한국전 당시 격전지 중의 격전지입니다. 수천 명의 한국군과 미군 해병대 병사가 전사하고, 북한군 역시 헤아릴 수 없이 죽은 처절한 전투의 현장이죠.

펀치볼 바로 옆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후반부 전투 장면의 무대인 '피의 능선'이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양측이 뺏고 빼앗기는 혈투를 벌인 이유는 펀치볼 일대가 동부전선의 전략적인 요충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곳에 지뢰가 집중적으로 매설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군은 휴전 이후에도 펀치볼의 주요 능선 주변과 유사시 적의 예상 이동 경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지뢰 피해 지도에서 펀치볼 동편의 이른바 '물골' 주변 숲에서 사고가 많았던 사실도 이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펀치볼을 거쳐 인제 쪽으로 향하는 통로의 길목이어서 전시에 적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지뢰를 집중적으로 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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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손 잃고 반 세기,

지뢰제거는 없었다

 

같은 숲의 반대편 무밭 근처 수풀에서도 과거에 민간인 4명이 화를 당했습니다.

주민 서정호 씨는 지금부터 50여년 전 14살 때 이 밭 근처에서 고철인 줄 알고 지뢰를 줏어 집에 가져갔다가 터져 한쪽 손과 다른 손의 손가락 마저 잃었습니다. 서 씨 사고 이후에도 부근 숲에서 연이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놀랍게도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을 펀치볼에서 가장 지뢰가 많은 곳 중 한 곳으로 지목하지만 군은 이곳에서 제대로 된 지뢰 제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철조망으로 진입차단

몇 미터만 움직이면 '텅텅'

둘레길 코스인 먼 멧재길을 따라 물골 숲으로 들어가면 양 옆으로 3명이 사망한 지뢰 사고 지점이 나옵니다.

철조망 덕분에 숲으로 진입은 차단되어 있지만 수십미터만 둘레길 입구 쪽으로 거슬러 내려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누군가에 의해 철조망은 끊어져 있고, 지뢰밭과 밭 사이는 뻥 뚫려 있습니다. 과거에 설치한 경계 철조망이 물길에 스러져버려 형체를 알 수 없는 구간도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지도를 통해

지뢰 안전 미비지점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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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 :

둘레길 쪽만 안전 관리

>>  지뢰 관련 영상 모아보기

물골은 사방을 철저히 차단해야 할 지뢰 구역을, 둘레길 쪽만 일부 관리하고, 반대편은 사실상 방치한 사례입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해당 무밭에서 20여미터 들어간 지점에서 ●지뢰 탐사를 시작하자 이내 지뢰가 연속으로 발견됐습니다. M2 파편 금속 대인지뢰와 M27 대전차 지뢰가 폭 2미터 열을 형성하여 매설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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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모습은 마지막 관심 구역인 펀치볼 남서쪽 야산에서도 드러납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기 만한 과수원. 하지만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야산은 온통 지뢰 매설 의심 구역입니다. 그리고 단 한 개의 지뢰 표지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주민은 지뢰를 취재하고 있다는 말에 이내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절대 절대 인근 숲으로는 들어가지 마세요. 부근에서 수도 없이 지뢰를 만났습니다."

지뢰 탐사 경험이 많은 활동가인 정인철 씨와 김기호 소장의 안내로 수십미터 올라간 산자락에 위치한 한 묘지로 올라갔습니다. 주민들이 버섯과 도토리, 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길 흔적이 숲쪽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김기호 소장이 지뢰 탐지기를 들고 들어간지, 30여 분만에, 뇌관이 생생히 살아있는 대인 지뢰 두 종류와 대전차 지뢰가 2미터 폭으로 묻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숲은 주민 2명이 지뢰를 만나 중상을 당한 구역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조성된 숲의 반대편에는 역시 울타리가 쳐져 있지만, 사과 농장과 묘지 쪽 방향에서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사고가 나기까지는 주민들도 지뢰가 집중적으로 매설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이라고 합니다.

취재진은 지뢰 지대 표지판 하나를 겨우 수풀 속에서 찾았지만, 99%가 녹으로 뒤덮여 무슨 말이 써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거듭된 사고가 일어난 야산이건만 군이 사실상 관리의 손을 넣고 있었다는 또다른 방증입니다.

  남서쪽 야산 :

"숲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실제로 관할 군 부대는 YTN의 지뢰 발견 신고가 있고 나서야 철조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차단시설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주민들로부터 일부 구역에서는 과거에는 철조망 차단시설이 있었지만, 고철로 수집해 돈과 바꾸려고 몰래 수거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철조망을 끊고 들어가 나물을 채취하거나 불법 개간을 한 흔적도 종종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지뢰 위험 관리의 최종 책임은 군 부대에 있었고,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라는 대인 지뢰를 대량으로 매설하고 방치한 주체도 군 당국입니다. 그런 군 부대가 사실상 민간인 거주 구역 곳곳에 상존하는 지뢰 사고의 위험을 외면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문제의 근원에는 군사적인 효용성도 떨어지는 미확인지뢰지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군 당국의 태도가 있습니다.

 

군 부대 취재 후에야

지뢰 관련 조치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