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지역이라고도 불리죠. 이 별칭은 한국전쟁 때 치열한 고지전을 치렀던 격전지인데, 당시 외국 종군기자가 고지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화채 그릇 (Punch Bowl)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험준한 산지 사이에 왜 이런 평지가 생겼는지에 대해 운석 충돌 등의 추측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차별 침식'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분지벽과 주변의 능선은 편마암으로, 밑바닥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화강암이 편마암보다 침식이 빨라 분지가 형성됐다는 거죠.

피와 땀

녹색 산을 황금 들판으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해안면의 항공사진과 2015년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평평한 분지임에도 당시에는 논밭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전쟁 후 1956년에 150가구 이주민들이 이 지역에 정부 정책에 따라 이주를 하면서 해안면 개간의 역사도 시작된 셈입니다. 전쟁 격전지를 농토로 바꾸는 개간 작업 중에 불발탄이나 지뢰 폭발사고를 입은 주민들도 많습니다.

과거의 짙은 녹색영역(산)이 지속적으로 좁아져왔다.

우측의 지도는 1952년과 2016년의 해안면 지도를 겹쳐본 모습입니다. 노란색 영역은 1952년 당시 미국 국회도서관 자료를 토대로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개간지역을 표시한 것입니다. 당시 개간면적은 약 5.4㎢였습니다. 붉은색 영역은 이후 64년이 흐른 2016년 10월 기준 개간지역입니다. 국토교통부 연속지적도를 토대로 해당 영역의 면적을 따져보면 22.5㎢였습니다. 과거보다 약 4.1배 그 너비가 넓어졌습니다. 지뢰 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아가며 말 그대로 피와 땀으로 일군 옥토인 셈입니다.

노란색 영역이 1952년 당시 개간지이고, 붉은색 영역이 2016년 현재까지 넓어진 개간지다.

정부 믿고 이주했지만,

국가 ‘소작농으로 전락

지뢰 사고 이외에도 이 땅에는 해안군 주민들의 또 다른 아픔이 얽혀 있습니다. 지난 1983년부터 정부는 이 지역 개간 토지를 `수복지구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대부분 국유화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이 지역으로 이주해 불모지이던 땅을 농토로 개간한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국가의 소작농으로 전락한 셈이죠. 주민들은 개간 비용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농민들에게 국유지를 불하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I  취재기자 : 함형건 김수진   I   리서처 : 권오은  I   디자이너 : 나예진 유영준  I   촬영기자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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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  I  서정호씨 등 해안면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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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서정호씨 등 해안면 주민들

국가 ‘소작농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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