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지리정보시스템인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로 분석하면 이 지뢰 영역 주변에는 100m 안에 698명, 200m 안에 1,203명이 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 관리의 사각지대지만 검증이 덜 된 지뢰 의심구역은 제외한 분석 결과여서 실제 지뢰지대 부근 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도에 노란색과 녹색으로 표시한 점들은 지뢰 영역 200m 이내의 주거지와 농경지를 의미합니다. 지뢰 영역 주변에 주민 생활권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접경지역 생활권에 왕래하는 외지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강원도 양구군 등의 상당수 지뢰 지대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 너머입니다. 여기를 왕래하는 인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인원 430만 명, 3년 사이 34.5%가 증가했습니다.

관광객 등 외지인들은 지뢰지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장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여기 한 장의 지도가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강원도 고성군에 이르는 접경지역 곳곳의 지뢰 매설추정 구역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지도입니다. 인터랙티브 지도로 우리나라 접경지대 전체의 지뢰 영역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군 당국은 접경지역 지뢰지대의 구체적인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YTN은 군 데이터 대신 지뢰 문제 활동가인 정인철 씨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위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정씨가 환경단체 생태지평 소속이었던 2014년 3월부터 10개월 동안 접경지역의 지뢰 경계표시와 주민 인터뷰, 위성 지도 등을 통해 조사한 정보입니다.

정인철 씨는 지뢰지대와 미확인지뢰 지대, 지뢰 의심지역 등 지뢰 영역을 세 종류로 분류해 조사했습니다.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장소가 있으면 농경지와 도로, 능선 등을 경계선으로 삼아 그 주변 숲이나 산악지대를 모두 지뢰지대로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군 당국의 지뢰지대 설정 방식과는 다른 일종의 ‘지뢰 영향권’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정인철 씨의 조사 자료 중 지뢰 의심구역을 제외하고 지뢰지대와 미확인지뢰 지대만을 골라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연천군 등 지뢰제거작전이 일부 실행된 장소도 유실 지뢰 가능성을 고려해 일단 지뢰 영역으로 간주했습니다.

 

사라진 주한미군 지뢰파일

접경지역의 민간인 사고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뢰지대와 미확인지뢰 지대의 위치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군 당국은 미확인지뢰 지대의 안전차단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보의 공개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한미 두 나라의 군 당국에 각각 접경지대 지뢰지대의 위치 데이터를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뢰지대의 공개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면서 관련 정보 제공을 일체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가보면, 표시판을 통해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는 일부 지뢰지대까지도 모두 기밀사항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정보공개청구(Freedom of Information Act Request)를 한 지 7개월여 만에 주한 미군을 통해 해당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는 간단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나라 접경지대의 상당수 지뢰는 한국전 이후 40여 년에 걸친 기간 동안 미군이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파주와 연천 등 서부 전선의 지뢰는 대부분 미군이 매설한 지뢰입니다. 군 당국은 도대체 지뢰지대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관리 능력은 있는 걸까요? 국내에서 민간인 지뢰 피해자 지원과 대인지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20여 년간 활동해온 시민단체 평화나눔회 대표인 조재국 연세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뢰를 매설하고 사용한 주체는 주로 미군이었고 미군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철수해서 갔고 지뢰는 남아 있고, 그 지뢰에 대한 자료는 미군이 가져가서 안 줬고, 한국의 국방부는 받지 못했고, 그러니까 관리 능력이 없는 거죠.”

지난해 10월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과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취재 도중 파주 개성 인삼 축제의 인삼 캐기 체험 행사장 뒤편 숲에서 대인 지뢰 3발과 대전차 지뢰 6발을 발견했습니다. 지뢰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당일, 인삼밭의 행사장 진행 석에 바짝 인접한 숲으로 몇 발자국 안 들어간 곳에서 나왔습니다. 부근에는 아무런 지뢰 경계 표시도 없었습니다.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군부대의 안전불감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제의 행사장 뒤편 숲은 지역 주민 중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지뢰 지대였습니다

여기서 700m쯤 떨어진 곳에는 민통선 내 정착촌인 해마루촌이 있습니다. 실향민 정착촌 계획에 따라 조성된 마을로, 안보 관광과 생태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단체 관광객도 많이 찾습니다. 하지만 마음 놓고 주변을 산책했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사방이 온통 지뢰밭이기 때문입니다. 오른편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을의 동서남북에 위치한 숲은 모두 미확인지뢰 지대입니다.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과 김기호 소장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해마루촌의 북쪽 숲에서 경계 표시가 부실한 장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을 주민은 동네 주변 숲은 지뢰밭이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해도 숲에 들어가 과일 열매를 따는 방문객을 보고 기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해마루촌에서 5km 남서쪽에는 초·중·고등학생의 단체 안보 관련 연수시설로 사용되는 전 미군 기지 시설인 캠프 그리브스가 있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시설을 방문했을 때, 달력에는 각급 학교의 연수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연수원 측 관계자는 단지 안에 들어오면 연수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염려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주변이 너무 위험해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김기호 소장과 함께 인근 숲을 조사해보니, 남쪽과 서쪽 숲이 곳곳이 지뢰밭이었습니다. 특히 지뢰 경계 표시가 미비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어서 안전 조치가 시급해 보였습니다.

군 당국이 지뢰매설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매설 대인지뢰를 유사시 방어무기로 사용하고자 유지하는 군의 입장이 현행법과 배치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뢰 등 특정 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를 보면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다음, 그 해당 사례로, “국내에 보급된 표준적인 지뢰탐지 장비를 사용하여서는 탐지할 수 없고, 무게 8g의 쇳조각에서 생기는 것 이상의 반응 신호가 발생하지 아니하는 대인지뢰”라고 사용 금지 무기를 밝히고 있습니다. 접경지대 지뢰 사고 대부분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지뢰인 M14 대인지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군부대는 지금도 종이에 인쇄한 재래식 매설도로만 지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매설 위치조차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첨단 무기로 무장했다고 과시하는 군이 지뢰 관리는 옛날식 아날로그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겁니다.

합참은 YTN의 연속 보도와 관련해 지뢰 매설 위치와 수량 정보를 지형정보와 통합한 입체형 컴퓨터 관리 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YTN이 보도한 대로 민간인 지뢰 사고 위치도 이 지뢰 관리 시스템에 반영하고, 그동안 공유하지 않았던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의 조사 내용도 참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지뢰관리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보완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민통선 이북의 지뢰제거작전을 막는 지뢰지대 관리지침과 부실한 차단시설의 개선 여부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플라스틱 대인지뢰는 이미 국내법인 지뢰 등 특정 재래식 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우리나라도 가입한 국제협약인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이 금지한 무기인 만큼 군의 전향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지뢰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들과 손자들이 군에 입대하여 지뢰 사고를 당할 수 있으며, 강물에 떠내려온 지뢰를 밟아 나의 이웃이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 지뢰 사고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일 것입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I  취재기자 : 함형건 김수진   I   리서처 : 권오은  I   디자이너 : 나예진 유영준  I   촬영기자 : 이상엽

도움을 주신 분들  I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  I  지뢰문제 활동가 정인철  I  사단법인 평화나눔회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  I  서정호씨 등 해안면 주민들

문의   I    hkhahm@ytn.co.kr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서정호씨 등 해안면 주민들

도움을 주신 분들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지뢰문제 활동가 정인철사단법인 평화나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