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6월, 고성군 현내면 22사단 GOP에서 임 모 병장이 동료 병사를 상대로 수류탄과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한 뒤 무장한 채로 탈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군은 명파리 일대에 방어선을 쳤지만 임 병장이 자해를 시도해 잡히기까지 43시간 동안 임 병장을 여러 차례 놓쳤습니다. 여기에서 군의 지뢰 관리 계획의 허점이 드러납니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당시 군은 임 병장이 남쪽으로 도주할 거라고 예상하고 동서 방향으로 3,500명을 동원해 포위망을 쳤습니다. 하지만 군의 예상과 다르게 임 병장은 미확인 지뢰지대로 알려진 산악지대를 통과해 명파리 일대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임 병장은 계속해서 미확인 지뢰지대를 돌아다니며 해안 일대 마을에 또 나타납니다. 임 병장이 미확인 지뢰지대를 통해 10km 이상을 돌아다니는 동안 막상 우리 군은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이유 때문에 산을 수색할 수도 없었습니다. 무장한 탈영병이 돌아다니는데 사건 발생 초기 두 시간 동안 마을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나중에야 대피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은 2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1996년 9월, 강릉에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벌어져 이 일대가 온통 간첩 수색으로 시끄러울 때, 같은 동부전선의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있는 육군 모 부대에서는 김 모 이병이 부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뒤 달아나 9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이 당시에도 김 이병은 미확인 지뢰지대로 달아났으며, 군은 포위작전을 펼쳤지만 제대로 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31시간 만에 생포했습니다.

결국 ‘미확인 지뢰지대’는 유사시에 우리 군이 마음껏 작전을 펼 수 없는 방해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탈영사건 등이 발생한 때가 아니더라도 군은 접경지역에서 북한군의 침투 흔적 등을 찾기 위해 수색작전을 펴야 하는데 미확인 지뢰지대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이 미확인 지뢰지대로 침투해도 수십 년 된 지뢰는 부식되어 유사시에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제로 2010년 제1공병여단 지뢰제거작전 보고서를 보면, 작전 중에 발견한 지뢰(대인지뢰·대전차지뢰) 82발 중 67발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불량률이 82%에 이릅니다. 2012년도 제6공병여단의 보고서에도 전체 지뢰 66발 중에 기능을 발휘하는 건 7발로, 불량률이 90%에 이릅니다. 그나마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M14 대인지뢰 정도만 일부 작동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불량률이 80~90%에 이르는 지뢰가 적을 막아줄 거라고 믿는 것은 안이한 태도입니다. 정말 작전상 필요하다면 낡은 지뢰를 제거한 뒤, 위치 파악이 쉽고 일정 기간 후 자동 소멸하는 '스마트 지뢰'로 교체하는 것이 낫습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은 지금처럼 관리가 되지 않는 ‘미확인 지뢰지대’는 안보 공백 지대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I  취재기자 : 함형건 김수진   I   리서처 : 권오은  I   디자이너 : 나예진 유영준  I   촬영기자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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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  I  서정호씨 등 해안면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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